유튜버 영상 858개를 직접 돌려본 이유
안녕하세요, 공답요정입니다. 저는 원래 뷰티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데이터를 다루는 일을 하다가, 순전히 개인적인 불편함 때문에 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화장품을 살 때마다 매번 같은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이 리뷰를 믿어도 되는 걸까?
올리브영 랭킹 1위 제품을 사면 실망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랭킹 상위권은 광고비를 많이 태운 브랜드가 유리한 구조였습니다. 유튜브로 넘어가면 상황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복잡했습니다. "이거 정말 좋아요"라는 말 뒤에 유료광고 표시가 붙어있는지 확인하려면 영상 설명란까지 일일이 들어가야 했고, 그마저도 표시가 애매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여러 명이 동시에 좋다고 하면 믿을 수 있지 않을까"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명의 리뷰는 협찬일 수도, 취향일 수도, 심지어 컨디션 좋은 날의 우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아무 관계도 없는 여러 유튜버가, 광고도 아닌데, 각자 자기 돈으로 사서, 같은 제품을 추천한다면 — 그건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지금 이 사이트가 시작됐습니다.
처음엔 그냥 제가 구독하는 뷰티 유튜버 몇 명의 영상을 손으로 정리해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채널을 하나씩 늘리다 보니 어느새 38개 채널, 858개 영상까지 불어났습니다. 한 사람이 손으로 정리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자막을 텍스트로 뽑고, 어떤 제품이 언급됐는지, 그 제품을 추천했는지 비추천했는지, 영상이 광고인지 협찬인지 내돈내산인지를 하나씩 판별하는 작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지저분했던 데이터
막상 시작하니 예상 못 한 어려움이 계속 나왔습니다.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같은 제품인데 이름이 전부 다르게 불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채널은 "롬앤 쥬시래스팅틴트"라고 하고, 어떤 채널은 "롬앤 틴트 22호"라고만 하고, 어떤 채널은 색상명만 말하고 넘어갔습니다. 이걸 전부 같은 제품으로 묶는 작업(정규화)에만 상당한 시간이 들었습니다. 브랜드명이 같아도 옵션(호수·색상)이 다르면 다른 제품으로 취급해야 하는데, 이 매칭 기준을 잡는 것도 계속 수정해야 했습니다.
두 번째 어려움은 "추천"의 기준이었습니다. 유튜버가 제품을 언급했다고 해서 다 추천은 아닙니다. "이 제품도 써봤는데"라고 지나가듯 말한 것과, "이건 진짜 좋아요, 재구매 의사 있어요"라고 명확히 말한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숫자만 부풀어 오르고 신뢰도는 떨어집니다. 그래서 저희는 "추천/조건부/비추천/판단불가"로 나누고, 단순 언급은 아예 집계에서 제외하는 규칙을 세웠습니다.
세 번째는 광고와 협찬 판별이었습니다. 영상 전체가 광고여도 그 안에서 다루는 개별 제품 중 일부는 리뷰어가 실제로 자기 돈으로 산 것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영상 제목엔 광고 표시가 없는데 특정 제품 언급 앞에서만 "이건 제공받았어요"라고 짧게 스쳐 지나가듯 말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영상 단위가 아니라 제품 단위로 광고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걸 이 작업을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숫자를 만들면서 배운 것: 부풀리지 않는 게 더 어렵다
데이터를 정리하다 보면 숫자를 키우고 싶은 유혹이 계속 생깁니다. "3명 추천"보다 "8명 추천"이 더 그럴듯해 보이니까요. 하지만 그 유혹에 넘어가는 순간 이 작업을 시작한 이유 자체가 사라진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원칙을 스스로 정했습니다.
추천 수를 셀 때는 추천 여부가 확인된 건만 셉니다. 언급 수(mention count)와 추천 수(recommendation count)를 절대 섞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이 10개 영상에 등장했어도, 그중 명확히 추천 의사를 밝힌 게 4건이라면 4명 추천이라고 표기합니다. 처음엔 이 원칙 때문에 숫자가 훨씬 작아 보여서 고민이 됐지만, 결국 이게 맞는 방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하나, 광고나 협찬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광고 0건"이라고 쓰지 않습니다. 데이터에 빈 값(결측치)이 있으면 그건 "확인 안 됨"이지 "광고 아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건, 데이터로 뭔가를 보여줄 때 모르는 부분을 아는 것처럼 포장하지 않는 태도였습니다.
예상 밖이었던 발견들
데이터를 다 정리하고 나서 몇 가지는 정말 놀랐습니다. 예를 들어 브로우 펜슬 하나(페리페라 스피디 스키니 브로우)가 38명 중 10명에게 광고 없이 독립 추천을 받았는데, 이건 저희가 분석한 전체 제품 중 최고치였습니다. 화려한 팔레트나 신상 쿠션이 아니라 매일 쓰는 소모품 하나가 가장 넓은 합의를 받았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반대로 선크림 카테고리는 예상보다 데이터가 훨씬 얇았습니다. 68개의 선크림이 언급됐는데 그중 3채널 이상 독립 추천을 받은 건 8개뿐이었습니다. 선크림이 광고 단가가 높은 카테고리라는 걸 감안하면, 광고를 빼고 나니 실제로 검증된 제품이 이렇게 적다는 사실 자체가 데이터로 확인된 셈입니다.
스킨케어는 더 극단적이었습니다. 메이크업 카테고리에 비해 절대적인 추천 건수 자체가 적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유가 짐작이 갔습니다. 립스틱 컬러는 영상 한 번 보면 바로 판단이 서지만, 세럼의 효과는 몇 주를 써봐야 알 수 있습니다. 유튜버들이 스킨케어보다 메이크업을 압도적으로 많이 다루는 것도 이런 콘텐츠 제작의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는 걸 데이터를 보고 나서야 이해했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
이 작업이 완벽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부족한 지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38개 채널이라는 표본은 한국 뷰티 유튜브 생태계 전체를 대표하기엔 작습니다. 특정 채널이 특정 브랜드와 오래 관계를 맺어왔다면, 광고 표시가 없어도 완전히 중립적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겁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공개된 정보(영상 자막, 더보기란 고지 문구)를 근거로 최대한 정직하게 판별하는 것까지입니다.
또 저희 기준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건 아닙니다. 3명이 추천했다고 해서 내 피부, 내 취향에도 맞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저희가 만드는 건 "이게 정답이다"가 아니라, "적어도 이건 광고가 아니다"라는 최소한의 필터입니다. 그 필터를 통과한 정보 위에서 최종 선택은 결국 각자의 몫입니다.
앞으로 할 일
지금은 메이크업 위주로 데이터가 쌓여 있지만, 스킨케어와 선케어 채널을 더 늘려서 이 카테고리의 데이터를 두텁게 만드는 게 다음 목표입니다. 또한 지금은 "추천 수"만 보여드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실제로 이 추천이 구매로 이어지는지까지 추적해서, 단순히 말로만 좋다고 하는 것과 실제로 사람들이 사게 만드는 추천의 차이도 데이터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 사이트를 만들면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좋은 데이터는 화려한 결론이 아니라 정직한 한계를 스스로 밝히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는 숫자를 부풀리는 대신, 그 숫자가 어디서 왔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계속 투명하게 밝히면서 이 작업을 이어가려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공답요정이 뷰티 유튜버 38명, 영상 858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직접 겪은 시행착오와 판단 기준을 기록한 글입니다. 저희의 추천 데이터가 궁금하시다면 다른 카테고리별 추천 글도 함께 확인해보세요.